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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에서 얻는 새로운 건강 정보 - 근육과 지방, 대사를 읽는 영상 기반 AI 분석의 시대
최석재 칼럼
Dec 16, 2025
우광민
5
분
CT의 역할은 ‘질병 진단’에서 ‘건강 상태 평가’로 확장되고 있다
응급실에서는 머리, 가슴, 배의 내부 장기와 혈관, 조직 상태를 보기 위해 CT(Computed Tomography)를 많이 찍는데요. 흔히 CT는 암, 폐렴, 출혈 등을 찾아내는 장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CT는 단순한 병변 탐지 도구를 넘어 신체 구성(body composition)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CT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전신 근육량을 대표하는 지표
지방의 위치, 양, 분포
근육 속 지방 침착(근육의 질)
대사 기능과 노화 속도를 반영하는 단서
특히 복부 CT의 제3요추(L3) 단면은 전신의 근육과 지방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단면으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AI 체성분 분석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왜 L3 단면이 중요한가?
복부 CT는 여러 단면으로 구성되지만,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L3 부위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이 단면이 대요근, 기립근, 복직근 등 전신 근육량을 반영할 수 있는 대표 근육군을 포함하고, 내장지방(VAT)과 피하지방(SAT)이 동시에 나타나며, 체성분의 전신 분포를 높은 상관성으로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전신 근육량과 L3 근육면적의 상관계수는 0.9 이상, 전신 지방량과 L3 지방면적의 상관계수도 0.85 이상이라는 결과는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었습니다. 즉, CT 한 장으로 ‘전신 체성분의 요약본’을 얻는 셈입니다.
영상 기반 체성분 분석을 AI가 맡게 되면서 생긴 변화
과거에는 CT 단면에서 근육과 지방을 구분하려면 의사나 연구자가 일일이 손으로 영역을 그려야 했습니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고 사람마다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AI 기반 기술은 다음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L3 단면을 자동으로 탐지
픽셀 단위로 근육, 내장지방, 피하지방 영역을 분류
각 조직의 면적(cm²), 밀도(HU), 지방 침착률 등을 정량화
근감소증, 내장비만 위험 신호를 객관적 지표로 제공
이로 인해 체성분 분석은 연구용 고난도 작업이 아닌 임상에서도 쉽게 활용 가능한 도구로 변했습니다. 의료진은 단순 CT 영상만으로도 근감소증 위험, 대사질환 위험, 암 환자의 예후 정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존 체성분 검사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사용하는 체성분 분석(BIA, 인바디 등)은 수분 상태나 측정 환경에 따라 값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지방의 종류(피하 vs 내장)나 근육의 질(지방 침착 여부)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CT 기반 체성분 분석은 기존의 생체전기저항분석(BIA)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보를 제공합니다. BIA가 전기저항을 이용해 전신의 평균적인 체성분을 추정하는 방식이라면, CT 분석은 실제 영상에서 조직의 밀도를 직접 측정하기 때문에 훨씬 정밀하고 신뢰도가 높습니다.
전통적인 BIA는 체수분 변화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고, 지방의 위치나 근육의 질까지는 평가하지 못합니다. 반면 CT 기반 분석은 픽셀 단위로 근육, 내장지방, 피하지방, 근육 내 지방(IMAT)까지 각각 분리해 측정할 수 있어 재현성이 뛰어납니다.
이 때문에 CT 분석은 단순히 ‘체지방률’과 같은 평균적 수치가 아니라, 근육의 질(밀도), 지방이 쌓인 위치, 내장지방 비율, 그리고 대사질환 위험도까지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고해상도 정보를 제공합니다.
결국 CT는 체중이나 체지방률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정확한 체성분 지도를 제시하는 셈입니다.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암 환자 예후 예측
암 환자에서 근육량이 낮거나 근육의 질이 떨어지면 항암제 독성 증가, 합병증 발생, 생존 기간 단축이 보고되었습니다. CT 기반 근육 분석은 항암 치료 계획 수립에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근감소증과 노쇠 평가
고령 환자에서 보행속도나 힘만으로는 알 수 없던 ‘근육 속 지방화(근육 지방 침착)’를 CT가 정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낙상, 입원, 사망 위험과 밀접히 연관됩니다.
대사질환 위험도 평가
BMI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위험이 높습니다. CT는 지방의 위치를 정확히 구분하기 때문에 대사 위험 예측에 매우 유용합니다.
기존 CT의 재활용
이미 촬영된 건강검진 CT나 과거에 촬영한 CT에서도 AI가 자동 분석할 수 있어 추가 검사 없이 체성분 분석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상 분석 AI가 여는 미래: 정밀 대사 의학
CT 기반 체성분 분석과 AI 기술이 결합하면서 의료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인별 대사 노화 속도 추정
근감소증, 내장비만 조기 탐지
영양, 운동 중재의 효과 추적
만성질환 위험 예측 알고리즘 개발
고위험군 선별 및 맞춤 관리
즉, CT는 기존의 “병을 찾는 사진”을 넘어서서 몸의 대사 상태를 영상과 수치로 기록하는 정밀 진단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건강검진에서 체중이나 BMI 대신 CT 기반 근육, 지방 지표가 핵심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CT는 이제 ‘보이는 건강’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건강’도 보여준다
영상 기반 AI 솔루션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지만, 그 가능성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근육의 양과 질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정확한 구분
대사 기능과 노화의 객관적 수치화
이 모든 것을 CT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의료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의미합니다. 앞으로 영상 기반 체성분 분석은 노화, 대사질환,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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