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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내 지방과 건강: 근육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석재 칼럼

Nov 6, 2025

우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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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 근육이 많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헬스장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스스로를 '근육형 체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체중은 정상이고, 생체전기저항분석(BIA, 인바디)에서도 근육량도 평균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고 간 수치(AST, ALT)가 정상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의사 상담 후 원인을 알기 위해 복부 CT를 찍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근육량은 충분했지만, 간에는 지방이 쌓여 있었고 근육 내부에도 지방이 촘촘히 침착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겉보기에 근육이 단단해 보여도, 근육 속 세포 사이에 지방이 스며들면 근육이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힘과 대사 기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 현상을 근육 내 지방(intramuscular fat) 또는 근육 사이 지방 조직(intermuscular adipose tissue, IMAT)이라고 부릅니다.


근육 내 지방이란 무엇인가


근육 내 지방은 단순히 근육 옆에 붙은 지방이 아닙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근섬유 사이사이에 미세한 지방방울이 스며든 상태를 말합니다. 소고기에서 지방이 결마다 섞여 있는 '마블링'과 비슷한 개념이지요.


이 근육 내 지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눕니다.

  1. Intramyocellular lipid (IMCL): 근육 세포 내부에 축적된 지방

  2. Extramyocellular lipid (EMCL): 근육 세포 사이의 결합조직 공간에 쌓인 지방


CT나 MRI에서는 이러한 지방 축적이 근육 밀도의 감소(저음영)로 나타납니다. 즉, CT 영상에서 근육의 HU(Hounsfield Unit) 값이 낮을수록 지방이 많이 낀 근육이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상 근육은 약 +40~+60 HU, 지방이 많은 근육은 +10~+30 HU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 지방은 소량일 때는 근육의 에너지 저장소로 기능하지만, 과도하게 쌓이면 근육의 수축력, 인슐린 감수성,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모두 저하시킵니다. 결국 근육 내 지방이 많을수록 근육의 질(quality) 과 대사 건강이 함께 나빠지게 됩니다.


근육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건강을 평가할 때 근육의 '양(mass)'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근육의 '질(quality)', 즉 근육 안에 지방이 얼마나 끼어 있는가가 건강, 노화, 당뇨병, 심지어 생존률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근육 내 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 감수성이 낮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
    (Goodpaster et al., Metabolism., 2000).

  • 근육 내 지방 침착은 노화와 독립적으로 근력 약화 및 보행 속도 저하와 관련 있음.
    (Miljkovic et al., Curr Opin Clin Nutr Metab Care., 2016)

  • CT로 측정한 근육 밀도(근육 내 지방의 간접 지표)는 노인 전체 사망률을 예측하는 강력한 인자.
    (Lee et al., Am J Clin Nutr., 2004)


결국 근육의 크기보다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커 보이는 근육이라도 지방이 많으면 실제 힘과 대사 기능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건강 평가는 ‘얼마나 큰 근육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근육을 가졌는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근육 내 지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1. 당뇨병과 대사질환

    근육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가장 큰 대사 기관입니다. 하지만 근육 속에 지방이 스며들면 인슐린 신호전달이 방해받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그 결과,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중에 머물게 되죠. 근육 내 지방이 많은 사람은 같은 체중이라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3배 높습니다. 이는 ‘체중이 정상이라도 근육 속 지방이 많으면 대사적으로 비만 상태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2. 노화와 근감소증

    나이가 들수록 근육 내 지방이 점차 증가합니다. 이는 근육 단백질 합성률이 감소하고, 지방산 산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근육 내 지방이 많을수록 근력 감소 속도가 빠르고, 낙상·골절·기능 저하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근감소증(sarcopenia)은 단순한 근육량 감소가 아니라, ‘근육의 지방화(myosteatosis)’ 과정이 함께 진행되는 질적 변화입니다.


  3. 운동능력과 일상 기능 저하

    근육 내 지방(IMAT)이 많은 사람은 같은 근육량을 가지고 있어도 보행 속도, 균형 능력, 악력 모두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지방이 근육 섬유 사이에 침착되면서 신경-근육 전달(neuromuscular junction)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결국 근육 내 지방은 단순한 대사 문제를 넘어 운동 기능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4. 사망률 증가

    2024년 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근육 내 지방 침착도가 높은 노인의 전체 사망률은 1.8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체중이나 단순 근육량보다도 더 강력한 예후 인자로 작용했습니다. 즉, 근육의 양보다 ‘얼마나 지방이 낀 근육인가’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뜻입니다.


CT로 보는 근육의 질: HU 값이 말해주는 것


CT는 단순히 근육의 ‘양’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근육의 ‘질’, 즉 근육 속 지방이 얼마나 침착되어 있는지까지 수치로 보여줍니다.


앞서 언급한 HU(Hounsfield Unit) 값은 근육 내 지방 침착 정도를 정량화하는 지표입니다. 이 값이 낮을수록 근육의 지방 함량이 많고, 근육의 기능적 질이 떨어집니다.


  • 정상 근육: 약 40~60 HU - 지방이 거의 없고 수축력과 대사 기능이 우수합니다.

  • 경도 지방 침착: 30~40 HU - 운동 부족이나 초기 대사 저하 상태에서 관찰됩니다.

  • 중등도 침착: 20~30 HU - 당뇨병, 노화, 만성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증 침착: 20 HU 이하 - 근육 속 지방이 과도하게 끼어 근력 저하, 회복 지연, 사망률 상승과 밀접히 연관됩니다.


즉, HU 값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근육의 기능적 건강도(functional health)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요즘은 AI가 복부 CT의 L3 단면에서 근육의 면적뿐 아니라 근육 내 지방률(IMAT%)을 자동으로 계산하여 근육의 질을 객관적 수치로 제공합니다. 이 기술은 향후 근감소증의 정밀 진단과 개인 맞춤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근육 내 지방은 되돌릴 수 있을까


좋은 소식은 근육 내 지방은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지표라는 점입니다. 즉, 꾸준한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근육의 ‘질’을 실제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1. 운동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저항운동과 유산소운동의 병행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밴드운동, 스쿼트, 계단 오르기 등 중강도 이상의 근육 자극이 핵심입니다. 이런 운동은 근육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지방 산화를 활성화하여 근육 내 지방(IMAT)을 줄이고 근육 밀도(HU)를 높입니다. 실제로 12주간의 중강도 복합운동만으로도 CT에서 근육 HU값이 평균 5~10 단위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니라, 근육 내부 구조의 질적 개선을 의미합니다.


  1. 영양

단백질, 특히 류신(leucine) 과 HMB(β-hydroxy-β-methylbutyrate)는 근육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근육 내 지방 축적을 억제합니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은 근육 내 염증 반응을 줄이고 지방 대사를 개선합니다. 비타민 E, 폴리페놀, 코엔자임 Q10 같은 항산화 영양소도 근육 내 활성산소(ROS)를 억제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호합니다.


  1. 대사 조절과 생활습관

혈당 조절, 충분한 수면(7시간 이상),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체중 관리 역시 근육 내 지방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은 코르티솔을 높여 지방 축적을 유도하므로, 스트레스 관리 또한 ‘보이지 않는 근육 건강’의 핵심입니다.



근육의 질, 미래 건강의 핵심 지표


의학의 관심은 이제 근육이 얼마나 많으냐보다, 그 근육이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하느냐’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CT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근육 내 지방률, 근육 밀도, 나아가 근력 예측치까지 산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근감소증(사르코페니아)과 대사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운동이나 영양 중재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근육의 질(quality)은 혈압·혈당처럼 표준화된 건강 지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의 언어도 곧 이렇게 바뀔지 모릅니다. “체중이 몇 kg인가요?”가 아니라 “당신의 근육 밀도는 몇 HU인가요?”로 말이죠.


참고문헌
  1. Goodpaster BH, Theriault R, Watkins SC, Kelley DE. Intramuscular lipid content is increased in obesity and decreased by weight loss. Metabolism. 2000 Apr;49(4):467-72.
  2. Miljkovic I, Zmuda JM. Epidemiology of myosteatosis. Curr Opin Clin Nutr Metab Care. 2010 May;13(3):260-4.
  3. Lee SJ, Janssen I, Heymsfield SB, Ross R. Relation between whole-body and regional measures of human skeletal muscle. Am J Clin Nutr. 2004 Nov;80(5):1215-21.
  4. Montano-Loza AJ, Meza-Junco J, Prado CM, Lieffers JR, Baracos VE, Bain VG, Sawyer MB. Muscle wasting is associated with mortality in patients with cirrhosis. 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2 Feb;10(2):166-73, 173.e1.
  5. Addison O, Marcus RL, Lastayo PC, Ryan AS. Intermuscular fat: a review of the consequences and causes. Int J Endocrinol. 2014;2014:309570.
  6. Cohen S, Nathan JA, Goldberg AL. Muscle wasting in disease: molecular mechanisms and promising therapies. Nat Rev Drug Discov. 2015 Jan;14(1):5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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