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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로 보는 근육과 지방: L3 단면 분석의 의미

최석재 칼럼

Oct 28, 2025

우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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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로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체중은 같아도, 몸속은 다를 수 있다

“키 170cm, 체중 65kg이니까 정상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판단할 때 체중이나 BMI(Body Mass Index, 체질량 지수)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몸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체중이라도 전혀 다른 건강 상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근육이 단단하고 지방이 거의 없는 반면, 다른 사람은 겉으로 말라 보여도 배 속 깊은 곳에 지방이 가득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몸의 속 구성(체성분)은 체중만으로는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방법이 바로 복부 CT(Computed Tomography)입니다. 특히 CT의 제3요추(L3) 단면, 즉 허리 중간을 수평으로 자른 단 한 장의 영상은 몸 전체의 근육과 지방 상태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반영합니다.



왜 하필 L3 단면일까?

복부 CT는 여러 높이에서 단면을 촬영하지만, 그중 L3(제3요추) 위치가 신체 구성의 ‘대표 단면’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부위에는 몸의 주요 근육과 지방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 복부 근육: 복직근, 내·외복사근, 대요근, 기립근 등

  • 피하 지방: 피부 바로 아래층 지방

  • 내장 지방: 장기 사이, 장간막 주위에 위치한 지방


즉, L3 부위는 근육과 지방이 동시에 충분히 표현되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이 한 단면만 분석해도 전신 근육량과 지방량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L3 단면의 근육면적과 전신 근육량의 상관계수는 0.9 이상, L3 내장지방 면적과 전신 지방량의 상관계수 역시 0.85 이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후로 L3 단면은 근육·지방 평가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체성분 연구, 근감소증(사르코페니아) 진단, AI 기반 분석 모두 L3 단면을 기준으로 합니다.


근육량이 생존을 좌우한다

CT에서 측정한 L3 단면의 근육 면적(Skeletal Muscle Area)은 단순한 체성분 수치가 아닌 생존률을 예측하는 임상 지표로 사용됩니다. 암 환자, 간질환 환자, 심부전 환자 등에서 근육량이 적을수록 수술 후 합병증과 사망률이 높아지고, 회복 속도는 느려집니다.


대표적인 연구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근육량이 적은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2배 이상 짧았음(Prado et al., Lancet Oncol., 2008:)

  2. 폐암 환자에서 L3 근육면적이 예후를 가장 잘 예측하는 인자(Kim EY et al., J Thorac Oncol., 2015:)


즉, 근육은 단순히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생명을 지탱하는 대사 기관입니다. L3 단면에서 근육이 줄어든다는 것은, 몸 전체의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회복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내장지방은 조용히 몸을 망가뜨린다

내장지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앞선 3편에서 다뤘지만, CT 영상에서 이 지방이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되는지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CT에서는 내장지방(Visceral fat)과 피하지방(Subcutaneous fat)을 밀도(Hounsfield Unit, HU) 값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방조직은 -190 ~ -30 HU(Hounsfield Unit, 하우스 필드 단위) 범위를 가지며, 이 중 복벽 안쪽 영역은 내장지방, 바깥쪽은 피하지방으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측정한 VAT(내장지방 면적), SAT(피하지방 면적),그리고 두 값을 나눈 VAT/SAT 비율(VSR)은 BMI보다 훨씬 정확하게 대사질환 위험을 예측합니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한국인 1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BMI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결국 “배 속의 지방”이 겉모습보다 훨씬 정확한 건강 지표라는 뜻입니다.


CT 분석의 진화: AI가 만드는 ‘정밀 체성분 지도’

과거에는 이런 분석을 위해 의료진이 CT 이미지를 일일이 분할(segmentation)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이 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합니다.


AI 기반 체성분 분석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I가 자동으로 L3 단면을 인식

  2. 픽셀 단위로 근육, 피하지방, 내장지방 영역을 분리

  3. 각 조직의 면적(cm²)과 밀도(HU)를 계산

  4. 근육 내 지방침착(IMAT, Intermuscular Adipose Tissue)까지 정량화

  5. 이 데이터를 통해 근육량, 지방분포, 근육의 질(quality)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AI가 복부 CT 한 장으로 근육량, 내장지방, 근육 내 지방률까지 동시에 계산해 사르코페니아, 비만, 대사질환 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제 CT는 단순히 질병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대사, 노화, 회복력을 보여주는 지도가 된 것입니다.



근육과 지방의 균형이 건강을 결정한다.

우리가 받는 건강검진, 또는 정밀 검사의 CT 영상에는 단순한 병변만이 아니라, 노화의 속도와 건강의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CT로 폐렴이나 종양을 찾았다면, 이제는 같은 영상에서 근육량, 지방량, 근육의 질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의학의 패러다임은 ‘질병을 진단하는 영상’에서 ‘건강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영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체중계 숫자보다, “당신의 L3 단면은 어떤가요?”가 건강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문헌
  1. Mourtzakis M et al. A practical and precise approach to quantification of body composition in cancer patients using computed tomography images acquired during routine care. Appl Physiol Nutr Metab. 2008;33(5):997–1006.
  2. Prado CM et al. Prevalence and clinical implications of sarcopenic obesity in patients with solid tumours of the respiratory and gastrointestinal tracts: a population-based study. Lancet Oncol. 2008 Jul;9(7):629-35.
  3. Kim EY et al. Prognostic significance of CT-determined sarcopenia in patients with small-cell lung cancer. J Thorac Oncol. 2015 Dec;10(12):1795-9.
  4. Fox CS et al. Abdominal visceral and subcutaneous adipose tissue compartments: association with metabolic risk factors in the Framingham Heart Study. Circulation. 2007 Jul 3;116(1):39-48.
  5. Tchernof A, Després JP. Pathophysiology of human visceral obesity: an update. Physiol Rev. 2013 Jan;93(1):359-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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